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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owOps (Knowlege Operations) 선언문

KnowOps (Knowledge Operations) 선언문

우리는 wiki를 잘못 다뤄왔다

지난 25년 동안 우리는 지식을 wiki에 담아왔다. 1995년 워드 커닝햄이 WikiWikiWeb을 만든 이래로, wiki는 조직의 집단 지성을 담는 표준 그릇이 되었다. Wikipedia가 그 가능성을 증명했고, Confluence, Notion, MediaWiki, DokuWiki, SharePoint, Google Sites — 이름과 모양은 달라도 같은 전제 위에 서 있는 도구들이 그 뒤를 따랐다.
그 전제는 단순하다. 사람이 페이지를 쓰고, 사람이 페이지를 찾고, 사람이 페이지를 읽는다. 페이지는 트리로 묶이거나 링크로 엮여서 구조를 이룬다. 검색이 그 위를 덮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한다.
이 모델은 두 가지 가정 위에 서 있다. 첫째, 사람의 시간이 무한하다. 둘째, 페이지가 자기를 갱신할 책임을 진다. 어느 쪽도 현실에서 성립하지 않는다.
사람의 시간은 무한하지 않다. 신규 입사자가 자기 일을 시작하기 위해 wiki를 처음부터 읽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느 페이지가 살아있고 어느 페이지가 죽었는지 가려내는 일도 불가능하다. 페이지가 자기를 갱신하지도 않는다. 한 번 작성된 페이지는 작성자가 손을 대기 전까지는 그 자리에 그대로 있고, 작성자가 회사를 떠나면 그 페이지는 영원히 그 시점에 멈춘다.
그래서 어느 조직이든 wiki를 5년 이상 운영하면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같은 주제에 대한 다섯 개의 페이지가 공존하고, 어느 것이 진실인지는 그 페이지를 처음 쓴 사람만 안다. 검색 결과의 첫 페이지는 보통 5년 전 페이지다. 신규 입사자는 wiki를 신뢰하기를 포기하고 옆자리 동료에게 물어본다. 그 wiki는 더 이상 운영되는 시스템이 아니다. 박물관이다.

AI는 박물관의 도슨트를 만들 뿐이다

지난 2~3년간 AI가 이 문제를 풀어줄 거라고 사람들은 말해왔다. 검색이 좋아질 거고, 요약이 정확해질 거고, 에이전트가 페이지 사이를 누비며 답을 가져다 줄 거라고. RAG가 답이라고도 했고, 거대 컨텍스트 윈도우가 답이라고도 했고, 이제는 에이전트가 답이라고 한다.
이 약속들은 부분적으로 사실이다. AI는 분명히 박물관을 더 잘 안내한다. 옛날에는 검색창에 키워드를 넣고 십여 개의 결과를 직접 클릭해야 했지만, 이제는 자연어로 물으면 AI가 답을 합성해준다. 이건 진보다.
그러나 진보의 방향이 잘못되었다. AI에게 박물관을 던져주면 AI는 박물관을 잘 안내하는 도슨트가 된다. 이때 도슨트는 박물관 안의 모순된 전시물 사이에서 어느 것이 진실인지 알지 못한다. 5년 전의 보안 정책 페이지와 작년의 보안 정책 페이지가 다르게 말할 때, 도슨트는 둘 다 인용하거나, 더 길게 쓰여진 쪽을 인용하거나, 검색 점수가 더 높은 쪽을 인용한다. 어느 것도 진실의 기준이 아니다.
박물관 자체가 박물관이라는 사실은 AI가 들어온다고 해서 변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위험해진다. 사람은 박물관에 들어갈 때 박물관이라는 것을 안다. AI가 합성한 답을 받을 때, 사용자는 그것을 살아있는 시스템의 답으로 착각한다.
우리가 다뤄야 할 것은 도슨트가 아니다. 박물관에서 살아있는 도시로 옮겨가는 일이다. 그 일을 하기 위해서는 wiki라는 그릇 자체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

페이지가 아니라 사실이다

wiki의 첫 번째 잘못은 지식의 단위를 페이지로 둔 것이다.
지식의 최소 단위는 페이지가 아니다. 사실(claim)이다. "우리 회사의 보안 정책은 X다", "이 시스템의 인증은 OAuth 2.0을 사용한다", "Q3 OKR의 첫 번째 항목은 Y다" — 이런 단단한 진술들이 지식의 진짜 단위다.
페이지는 사실들을 묶어서 사람이 읽기 좋게 배치한 컨테이너일 뿐이다. 컨테이너는 편의를 위한 것이지 본질이 아니다. 그러나 wiki는 컨테이너를 본질로 다뤘다. 그 결과 같은 사실이 여러 페이지에 복제되었고, 한 페이지가 갱신되어도 다른 페이지는 그대로 있었으며, 어느 페이지의 어느 부분이 어느 페이지의 어느 부분과 같은 사실을 말하는지 추적할 길이 없어졌다.
Knowledge Operations에서 사실은 시스템의 주체 — first-class citizen — 다. 사실은 독립적으로 저장되고, 독립적으로 인용되며, 독립적으로 갱신된다. 어느 사실이 다섯 군데에서 인용되고 있다면, 그 사실 하나가 갱신되었을 때 다섯 자리 모두에 변화가 전달된다. 사실이 주체로 다뤄지는 시스템에서, 페이지는 더 이상 지식의 그릇이 아니라 사실들이 잠시 모이는 무대다.
사실에는 시간이 붙는다. 언제부터 유효해졌고, 언제 다른 사실에 의해 대체되었는가. 이 시간 메타데이터 없이 사실은 그저 종이 조각이다. 시간이 붙은 사실들의 그래프 위에서만 우리는 "지금 이 순간 무엇이 진실인가"를 물을 수 있다.
사실에는 출처가 붙는다. 어느 원문의 어느 구간에서 나왔는가. 인용 범위가 강제되지 않은 사실은 사실이 아니다. 그것은 환각이다. AI가 박물관에서 합성한 답이 위험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출처의 좌표가 없기 때문이다. Knowledge Operations에서는 출처 좌표가 없는 진술은 시스템 안으로 들어오지 못한다.

사람의 판단은 시스템의 주체다

wiki의 두 번째 잘못은 사람의 판단을 시스템 바깥으로 밀어낸 것이다.
wiki는 페이지의 본문은 저장하지만, 그 페이지가 왜 그렇게 쓰여졌는지, 누가 어떤 근거로 그 결정을 내렸는지는 저장하지 않는다. 그건 회의실에서 결정되었거나, 슬랙에서 결정되었거나, 누군가의 머릿속에서만 결정되었다. wiki는 결과물의 박물관일 뿐, 결정의 박물관이 아니다.
그래서 5년이 지나 누군가가 "왜 우리 보안 정책이 이렇게 되어 있죠?"라고 물으면, 답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그 결정을 내린 사람은 떠났고, 그 근거는 휘발되었다. 남은 것은 결과뿐이고, 결과는 자기를 설명하지 못한다.
사실은 자동으로 추출될 수 있다. 그러나 어느 사실이 진실인지는 자동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같은 주제에 대한 두 사실이 충돌할 때, 시간이 더 최근이라고 진실인 것은 아니다. 더 권위 있는 출처에서 나왔다고 진실인 것도 아니다. 더 길게 쓰여졌다고 진실인 것도, 더 많이 인용되었다고 진실인 것도 아니다.
그 결정은 사람이 내린다. 그리고 그 결정은 기록된다.
Knowledge Operations에서 사람의 판단은 사실과 함께 시스템의 주체다. 시스템 외부의 노이즈가 아니라 내부의 1급 데이터로서, 누가, 언제, 무엇을, 왜 결정했는가가 사실 그래프의 신뢰를 만든다. AI가 자동으로 처리한 사실과 사람이 검토하고 승인한 사실은 다른 무게를 가진다. 두 사람이 충돌하는 판단을 내렸다면 그 충돌 자체도 기록된다. 누구도 자기 판단의 기록을 지울 수 없다.
이것이 wiki와 Knowledge Operations의 가장 깊은 차이다. wiki에서 페이지는 익명이거나 마지막 편집자의 것이지만, Knowledge Operations에서 모든 사실은 그것을 살아있게 유지하는 사람들의 판단의 누적이다.

거버넌스가 먼저다

wiki의 세 번째 잘못은 거버넌스를 나중 일로 미룬 것이다.
대부분의 조직은 wiki를 도입할 때 도구를 먼저 본다. Confluence를 살까 Notion을 살까. 어떤 플러그인을 깔까. 어떤 템플릿을 쓸까. 거버넌스 — 누가 무엇을 쓸 권한을 갖고, 누가 무엇을 검토하고, 어떤 출처는 신뢰하고 어떤 출처는 검토를 거치는가 — 는 도구가 들어온 다음에 보자고 한다.
그 결과는 항상 같다. 거버넌스는 결국 만들어지지 않는다. 도구가 들어온 순간부터 페이지는 쌓이기 시작하고, 거버넌스 논의는 "그건 다음 분기에"로 미뤄진다. 다음 분기가 와도 다른 우선순위가 있다. 5년이 지나면 박물관이 완성되어 있고, 그제서야 누군가 "거버넌스가 필요했다"고 깨닫는다. 그러나 그때는 이미 너무 많은 페이지가 너무 많은 사람의 판단을 거치지 않은 채로 쌓여 있어서, 거버넌스를 거꾸로 적용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
Knowledge Operations는 이 순서를 뒤집는다. 거버넌스가 도구보다 먼저다.
누가 사실을 추출할 권한을 갖는가. 누가 supersede — 어느 사실이 어느 사실을 대체했다는 판단 — 를 결정하는가. 어떤 출처는 신뢰하고 어떤 출처는 검토를 거치는가. 회의록에서 추출된 사실과 슬랙에서 추출된 사실과 명시적으로 작성된 사실은 같은 무게를 가지는가, 다른 무게를 가지는가. 어떤 사실은 누구에게 보이고 누구에게 보이지 않는가. 사실의 권한은 그 사실이 인용된 페이지를 따라가는가, 사실 자체를 따라가는가.
이 질문들이 답해지지 않은 채로 도구를 도입하면, 도구는 박물관에 새로운 전시실을 하나 더 추가할 뿐이다. 더 똑똑한 AI를 붙여도 결과는 같다. 거버넌스 없는 자동화는 박물관의 자동 안내 시스템일 뿐이다.

응축이 목적이다

wiki의 네 번째 잘못은 응축을 사용자의 책임으로 떠넘긴 것이다.
좋은 Knowledge Operations의 결과물은 데이터베이스가 아니다. 잘 정리된 페이지 트리도 아니다. 한 페이지로 응축된 살아있는 포털이다.
어떤 역할을 맡은 사람이 — 신규 입사자든, 프로젝트 책임자든, 임원이든 — 자기 일을 하기 위해 다섯 군데 페이지를 돌아다니던 시간이 한 페이지에서 끝나야 한다. 그 한 페이지는 그 사람의 역할과 맥락에 맞춰 응축된, 그 순간 유효한 사실들의 집합이다.
그리고 그 한 페이지는 자동으로 신선해야 한다. 누군가가 손으로 갱신하지 않아도, 그 사실 하나가 다른 사실에 의해 대체되면, 그 변화가 포털에 자동으로 반영되어야 한다. 손으로 갱신되는 포털은 결국 갱신을 멈추고 또 하나의 박물관 전시실이 된다.
이 응축이 wiki에서 일어나지 않은 이유는 단순하다. wiki는 사실 단위로 저장하지 않기 때문에, 응축은 항상 사람이 페이지를 손으로 발췌해서 만들어야 한다. 어떤 팀장이 그 일을 자기 책임으로 받아들이면 그 팀에는 좋은 포털이 생긴다. 그러나 그 팀장이 떠나면 포털도 함께 죽는다. 사람이 떠나면 같이 떠나는 시스템은 시스템이 아니다.
Knowledge Operations는 응축을 시스템의 일로 만든다. 사실 그래프 위에서 포털은 자동으로 합성되고, 자동으로 갱신된다. 사람의 일은 포털을 손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포털이 어떤 목적을 위해 어떤 사실들을 모아야 하는지를 정의하는 것이다.
응축되지 않은 시스템은 운영되고 있지 않은 것이다. 정리되어 있을 뿐이다. 정리는 운영이 아니다.

KnowOps는 DevOps를 유산으로 삼고, DevOps와 다른 길을 간다.

이 카테고리에 이름을 붙이면서 우리는 DevOps에 빚을 진다.
20년 전, 소프트웨어 개발과 운영은 분리된 세계였다. 개발자는 코드를 만들었고, 운영자는 코드를 돌렸다. 두 세계 사이에는 벽이 있었고, 그 벽은 계속해서 사고를 일으켰다. DevOps는 그 벽을 부수면서 시작되었다. 코드가 만들어지는 일과 코드가 살아있게 유지되는 일은 분리될 수 없다는 깨달음이었다.
지식도 마찬가지다. 지난 25년 동안 우리는 지식을 만드는 일과 지식을 살아있게 유지하는 일을 분리해왔다. 누군가가 페이지를 작성하면, 그 페이지를 살아있게 유지하는 일은 작성자의 선의에 맡겨졌거나 아무에게도 맡겨지지 않았다. 지식 운영은 시스템의 책임이 아니라 개인의 친절이었다.
이 분리가 박물관을 만들었다. 그래서 우리는 이 둘을 묶는다. 지식 생산과 지식 운영이 같은 시스템 안에서 같은 원리로 다뤄지는 것 — 우리는 이것을 KnowOps(Knowledge Operations)라고 부른다.
다만 DevOps와 다른 점이 하나 있다. 코드는 기계가 실행한다. 지식은 사람이 실행한다. 코드의 진실성은 테스트로 검증되지만, 지식의 진실성은 사람의 판단으로 검증된다. 그래서 Knowledge Operations의 중심에는 항상 사람의 판단이 있다.
자동화는 사람의 판단을 대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람의 판단이 닿아야 할 곳에 정확하게 닿게 하기 위해서 존재한다. 추출은 자동화될 수 있지만 supersede는 사람이 결정한다. 응축은 자동화될 수 있지만 응축의 목적은 사람이 정의한다. AI는 사람의 판단을 더 빠르고 더 정확하게 만드는 도구이지, 판단 그 자체를 가져가는 주체가 아니다.
이것이 Knowledge Operations가 단순한 AI 도구의 카테고리가 아닌 이유다. 이것은 사람과 시스템이 지식을 함께 운영하는 방식에 대한 선언이다.

우리는 시작한다

이 카테고리는 아직 정의되지 않았다. 인접한 영역에서 일하는 회사들과 사람들은 있다. 검색을 잘하는 회사가 있고, 메모리 레이어를 만드는 회사가 있고, 거대한 그래프를 그리려는 회사가 있다. 그러나 사실 단위 저장, 시간성, 사람의 판단, 거버넌스, 응축이라는 다섯 기둥 위에서 카테고리를 선언한 사람은 아직 없다.
우리는 시작한다.
이 글은 깃발이다.
이 깃발 아래에 모일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한다.
2026.4.29
deprogworks (JjinJhoo)